화이트 스토리

소주의 혁신_Innovation in Soju

위기의 무학.. ‘화이트’ 출시로 제2의 탄생

1990년대 초반까지 소주 도수는 25도로 근 30년간 정체되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1993년 OB맥주(옛 두산)가 강원도 지역소주인 경월소주를 인수하며,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도권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소주시장은 무한경쟁의 시대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업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소주사의 점유율은 서서히 감소했다. 경남지역에서 대표 상품으로 주목받던 ‘무학골드'(25%) 소주도 점차 하락하며 대대적인 변신을 단행해야 할 상황이었다. 또 독과점 방지와 지방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1976년부터 자도소주구입 제도를 시행했으나, 1994년 서울을 기반으로 한 주류회사가 위헌청구 심판을 요청해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과 지역소주사와 경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무학은 이제 더 이상 직원들의 단합된 힘과 의지만으로 이런 구조적인 위기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대기업의 물량 공세를 이겨낼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무학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우수한 품질을 가진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신념 아래 최초로 25도 알코올 도수 벽을 무너뜨린 23도 화이트를 1995년 출시하게 된다. 순수 쌀 주정만을 사용해 첫 맛의 부드러움과 뒷 맛의 깨끗함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며, 당시까지 소주 제품명은 ‘회사’ 이름을 사용한 전례를 깨고 상품 자체의 명칭으로 출시해 소주의 변화를 일으켰다. 또 제품 디자인에도 기존의 선입관에서 탈피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감을 주는 라운드형 병 모양을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맑고 깨끗한 이미지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녹색병을 사용하는 파격적인 변신을 단행했다. 가격에서도 화이트는 기존 ‘무학골드’ 제품보다 낮은 가격대로 책정해 경쟁사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소비자는 부담없는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출시 후 기존 25도 소주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화이트 판매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화이트 출시 전 1990년대 초반 무학의 월 소주 판매량은 300만 병 수준이었으나 1996년 4월 무학 단일품목 최초로 월 1,000만 병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1997년 대선의 ‘시원소주’, 금복주의 ‘참스페샬’, 진로의 ‘순하고 부드러운 진로’ 등 유사 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경쟁은 치열해졌으나, 출시 원년 대비 284%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매년 화이트의 기록적인 판매로 무학은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었으나 1997년 갑자기 몰아닥친 IMF 여파로 아픔을 겪게 된다. 무학의 계열사인 무학건설이 1998년 9월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최종 부도 처리되자, 빚보증했던 채무를 대신 물어줘야 하는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됐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은 영업활동과 기술개발에 위축될 수 밖에 없지만 무학은 공격적인 마케팅, 기술력 보강이라는 기업활동으로 워크아웃을 탈피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강도 높은 구조 조정, 노조와 협력, 영업확대만 살길이라는 일념으로 노사가 함께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00년 8월 무학은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게 됐다. 워크아웃 조기졸업 이라는 성과를 거두는데 1995년 출시한 ‘화이트’의 성공적인 탄생이 주요 역할을 한 것이다.

2023년 출시 28년이 된 화이트는 이후 여러 번의 리뉴얼을 거쳐 현재 19도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좋은데이와 함께 무학의 대표 소주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